Q. Forest Yang의 《STANDUP!》을 소개하자면?

A. '전시' 관련 문장을 놀리는 제도 비평(?) 작업의 일환이자, 제도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해 고품격 하이-코미디로 끝나는 프로젝트야. 10-11월 두 달에 걸쳐 전시를 준비했고, 실물 전시에 비해 웹 전시는 너무 만만하다는 [우리를 포함한 꽤 많은 사람들의 통념에 깃든] 저 문장을 놀려보는 시도라고 보면 돼.

Q. 너네 뭐 하는 애들이야?

A. fio는 예비 창작자들의 창작 실험실이야. 우리는 새로운 영감을 탐구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집단이 되고자 해. 이번 시즌 멤버는 나희연, 박지호, 양수빈 셋이야. 이들은... 개그맨이 되고 싶은 3명의 디자이너라고 볼 수 있는데, 허구한 날 콩트를 짜고 살어.

Q. fio는 무슨 뜻이야?

A. fio는 편집 기법 fade in & out에서 따온 이름이야. 영화처럼 이질적인 장면(Scene)들을 부드럽게 연결해서 색다른 의미를 만들어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어.

Q. fio는 어떻게 읽어?

A. 에프아이오.

Q. 이번 시즌 주제는 뭐야?

A. ‘전시’에 관한 논란들. 전시를 주제 삼은 이유는 전시가 진짜 문제가 많기 때문이야. 예컨대… [더 보기] 전시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공간까지 전시공간이라 부를 수 있는가? [동묘시장을 전시장이라 부를 수 있는가. 백화점은. SNS는. 한편, 지하철 미술관은 ‘진짜’ 미술관인가.] ‘진열’과 ‘전시’의 차이는 무엇인가? ‘극장’과 ‘전시장’의 차이는 무엇인가? [둘 다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한편, 우리는 전시장에서 퍼포먼스와 영상을 작품으로서 관람한다.] 왜 우리는 전시장에서 엄숙해지는가? 왜 우리는 미술관에서 감정을 숨기려 할까? 과거는 물론이고 동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미술 작품이 어떤 감정을 자아내기 위해 고안된 장치들이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은 재수 없다’는 이미지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미술관 사람들은 은연중에 그런 인식을 즐기는 게 아닐까 변태처럼.] 왜 우리는 전시하는가? 왜 우리는 전시라는 짓을 하기 시작했냐는 말이다. 왜 미술 전시는 다른 거의 모든 전시의 전형이 되었는가? 전시장-미술관을 실제로 운영하는 일은 결국 부동산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 아닐까? 전시장을 비평하기 위해 우리는 부동산을 공부해야 하는 건 아닐까? [구겐하임 미술관은 헐값이던 주변 땅값을 꽤 올렸고, 소규모 대안 공간들은 싼 임대료를 찾아 습한 지하로, 찾기도 힘든 구석진 을지로 3층 건물로 숨어들어간다.] 왜 아무것도 차린 것 없는 [심지어 그런 텅 빈 공간을 지향하는] 전시장은 대여비가 이렇게나 비싼가? ‘준비된 관객’이라는 말이 있다.[이게 브레히트가 처음 한 말인지, 랑시에르가 처음 한 말인지 헷갈리지만]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관람하기에 적합한 교양, 적합한 관심사를 지닌 관객을 찾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적어도 미술관에 전시할 작품은 불특정 다수를 일단 염두에 두고 제작되어야 하는가. 대체 도슨트는 왜 필요하게 됐을까? 왜 우리는 설명을 들어야만 작품을 이해할까, 심지어 그것이 셀럽 오브 셀럽인 피카소의 것이더라도. 전시에서 텍스트를 완전 빼버릴 수는 없을까? [절대 설명문을 읽기 귀찮아서가 아니다.] 관객은 작품을 완전무결한 완성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큐레이터는[또 작가는] 자신의 의도 실현 실패를 명시해야 할까. 솔직히 우리의 의도를 100% 실현한 작품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모든 작품은 조금씩 실패한다. 그럼에도 그러한 실패를 밝히지 않는 일은 관객에 대한 기만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전시장은 작품 관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 한번 실험해보자. 같은 이미지를 1. 공간의 크기를 달리하여 2. 배경음악을 달리하여 3. 작품 해설을 달리 적어 4. 전시장의 층고를 달리하여[지하 1층, 1층, 2층, 3층 (…)] 5. 사진 허용 여부를 달리하여[사진을 찍어도 되는 작품과 사진 찍기를 금지하는 작품을 볼 때 우리는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되는가] 전시한다면 관람 경험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달리 말해, 큐레토리얼 실천은 작품과 별개로 우리의 관람 경험을 어디까지 조작할 수 있는가? 전시할 목적으로 제작되지 않은 물체를 전시물로 변용할 때 생기는 문제들을 탐구해보자. 가령, 많은 상업 포스터들은 별도로 이름[제목]을 부여받지 않는다. 우리가 위대한 그래픽디자이너의 회고전을 연다고 할 때, 그 포스터의 캡션들에는 어떤 제목을 붙여야 하나? 소개 글을 쓸 때 [작가, 전시 제목, 전시장]은 어떤 순서로 써야 할까. [뭐가 더 중요할까.] 모험심을 자극하는 문제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서 이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

Q.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야?

A. 문장 놀리기. 논란이 되는 문장들을 최선을 다해 놀려보는 거야. 하이 코미디(high-comedy)랄까…? 미술 분야는 워낙 논의가 깊다 보니 진지한 논박 따위는 애초에 불가능하리라 생각해서 전략적으로 가벼움을 추구하게 됐어.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개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Q. 이번 프로젝트 목표가 뭐야?

A.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이야기할 게 진짜 많거든. 서로 생각을 교환하면서 함께 즐거워하고 싶어. 쉽지 않은 일인데 꼭 해내고 싶다. 음…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그러한 대화의 포문을 여는 초대장이 되길 바라. 화두를 제공한달지.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당신은요? 말을 건네는.

Q. 어렴풋이 상상한 목적지가 있다면?

A.
(수빈) 무목적 목적하기
(희연) 아직 끝나지 않은 결과물 [계속 만들어가는]
(지호) 토막토막 파편들을 조합한 꼴라주

Q. 바람이 있다면?

A. 균형 잘 지키면서 끝까지 즐겁게 완주하고 싶다.

Q. 이번 프로젝트에 임하는 자세는?

A. 우리끼리는 ‘홍건적 무브먼트’라고 정의내리긴 했는데, 부담 없이, 재미있게 무모한 시도들을 하고자 해. 많은 [가벼운] 실험을, 그러나 치밀한 탐구에 기반하여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즐겁게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