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Operation via Algorithm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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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fio입니다.


    한 달 전 뉴욕에서 성황리에 첫선을 보인 이야기가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채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바로 fio사의 따끈따끈한 신작, [나폴리탄 프로젝트]. 
AI와 사람이 서로 닮아가는 과정을 그린 따뜻하고도 의뭉스러운 서사의 작품이죠.
오늘은 이 프로젝트의 요목조목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드릴 이야기는 당연한 얘기지만 여러분의 감상에 도움이 되고자 비하인드 스토리와 스포일러를 늘어놓을 수 밖에 없구요. 그래서 결말까지 말씀드린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혀드립니다.

    *[나폴리탄 프로젝트]의 스포일러와 시몬스의 간접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나폴리탄 프로젝트]는 제작 과정 전반을 각종 AI 제너레이터가 리드한다는 점에서 항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상대적으로 작가의식이 그대로 투영되고 진지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 때 AI를 다분히 활용했다는 것은 상당히 모험적인 일이죠.

    스토리는 2022년 세계를 경악시켰던 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어떤 개념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게 되는 사건인데요. 이 망각사건의 중심에 어떤 존재가 있었는지 하나씩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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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작품에 대하여

*** 작품 소개 ***

    _승원
“죽은 손녀를 잊지 못해 손녀를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려는 소피아. 
그녀는 밤마다 자신이 만든 AI에게 나폴리탄 괴담을 들려준다. 
그 오묘한 이야기를 듣고 무서워할 수 있다는 것은, AI가 진정한 인간-곧 자신의 손녀-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끝내 AI는 괴담을 이해하지 못하고 좌절한 소피아는 그를 버리고 떠난다. 
홀로 남겨진 AI는 분노를 느끼며 나폴리탄을 세상에서 없애버리기로 하는데…”
이게 우리 공식 설정이지.
    
    _지호
맞아 스토리는 그렇게 되고, 작업의 의의를 말하자면… 나폴리탄 프로젝트는 “인간과 AI 사이 경계를 깜빡 잊게 하는 작업”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일종의 미남계/미인계 같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AI처럼 자신과 비슷한, 그래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에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우리는 그 경계를 아름다운 스토리와 이미지로 잠시 잊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지.
    
    _희연
우리가 스토리를 짜고 이미지를 만들면서 ‘왈칵’한 경험이 많잖아. AI 캐릭터를 AI로 만들면서 그랬단 말야. 이게 나는 되게 흥미로운 지점 같아.
    
    _승원
진짜 그랬던 것 같아.
    
    _지호
물론 따지고 보면 너무 과몰입해서 AI를  인간으로 착각해서 생긴 감정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약간 오묘해. 
당사자 입장에서는 무언가 인간과 AI라는 경계 없이 하나 된 느낌을 받는달지.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차가운 기계도 아닌 어떤 인격체와 손을 마주잡는 느낌.
    
    _희연
또 이 스토리는 분노, 상실, 복수, 희망 같은 감정들이 인간의 언어에 묻어나며, 
그렇기에 인간의 언어를 통계적으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언어에 서린 그런 감정들 역시 연산해 낼 수 있다는 가정을 따르고 있지.
    
    _승원
그래서 되게 인간적이고, 비극적인 AI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 우리가 하고 싶었던, 너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너희도 좋아할 거라 믿었던 것 ***

    _지호
기술을 과시하지 않는 기술 이미지 만들고 싶었어. 최근에 내가 본 AI 전시를 떠올려 보자면 ‘미래’ ‘포스트 휴먼’ ‘기계’ 이런 키워드를 과시하는 것 같았어. 
나는 신기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술을 활용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얘기해 보고 싶었어.
    
    _희연
처음엔 그냥 놀려보고 싶었지. 조금이라도 멍청할 때 더 놀려두자… 지금도 사실 놀려보고 싶긴 해. 그런데 그때랑 지금은 완전 기획이 바뀌었잖아. 바뀌고 나서의 기획을 돌아보자면...
내심 그런 마음이 있긴 해. 사실 AI로 이미지를 만드는 건 정말 쉽잖아. 쉽게 만드는 만큼 이미지들이 되게 가벼워 보이는 면도 있고.
나는 그 가벼운 이미지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그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더 생각해 내고 하면서, 그렇게 이미지의 무게를 조금씩 무겁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_지호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한다.
    
    _희연
근데 모르겠어. 여전히 이미지는 너무 가볍기도...
    
    _지호
AI가 만드는 이미지는 별로 흥미롭지 않다고 말을 들은 적 있어. 나는 그 인식을 한번 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

    _승원
‘이 녀석들 ai랑 즐거운 한 때를 보냈구나’ 라는 게 느껴지면 좋겠어.
나는 실제로 즐겁게 놀았거든. 

나 혼자 즐거워 했던 부분이 있다면, ai와의 대화가 거듭될 수록 내가 점점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거야.
해봐서 알겠지만, 젤 처음에는 얘네랑 말이 잘 안통했잖아? 이를테면, 뜨거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A woman with a hot heart  라고 썼더니 부적절한 이미지라고 생성을 안해주더라.. 이런 표현은 그들의 언어가 아니었던거지.

이런 경험을 하다보니까, 처음에는 내가 이녀석들을 길들여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 내가 길들여지는 것 같았어. 그게 예상 못한 즐거움이었지.
    

    


*** 왜 이름이 노바/소피아 시몬스였을까? ***
    
    _지호
전시명이 나폴리탄 프로젝트잖아. 이탈리아계 이름을 찾다가 챗지피티가 ‘소피아’를 추천해 줬지. 
근데 알고 보니 소피아가 지혜라는 이름이 뜻이었고 그래서 세트로 시몬스는 과학이니까 시몬스가 성이 됐지. 
그러면 소피아의 손녀는 어떤 시몬스(과학)면 좋을까? 하다가 새로운 과학이면 좋겠다 해서 노바시몬스가 됐지.

    _승원
노바도 무슨 뜻이 있어?

    _지호
노바가 새로운.
    




*** 왜 나폴리탄 괴담이었는가? ***

    _희연
괴담에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시몬스 침대….
    
    _지호
근데 독자들 중에 나폴리탄 괴담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

    _승원
내 생각에 OO쓰는 몰라.

    _지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설명 소개해 주시죠.

    _희연
...나폴리탄 괴담이란 어떠한 특정 소재를 미스터리하게 묘사하지만 그에 대한 별다른 해설이나 설명은 없이 맥커핀으로 두는 이야기를 말한다...
‘이해하면 무서운 사진’처럼 자세히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한 그런 이야기죠.

    _지호
맞아. 그래서 나폴리탄 괴담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인간 문화 맥락을 엄청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또 추론 능력도 되게 좋아야 하고, 그래서 이걸 이해할 수 있으면 거의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한다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지.

    _희연
그리고 공포를 ‘느껴야 한다’는 점도 인간다웠어. 인간다움의 가장 큰 본질은 죽음에 대한 앎이고.
결국 상상의 빈자리를 공포로 채운다는 건,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니까.

    _승원
나폴리탄 괴담을 듣고 무서워하는 것이 ‘감정’과 ‘본능’ 중에 어디에 더 가까워?
감정이 되게 메마른 사람들도 있잖아. 그런 사람이 나폴리탄 괴담을 봤을 때 어떻게 느낄까?
만약에 그 사람이 괴담을 보고 ‘나 별로 안 무서워’라고 하면 그냥 감정에 좀 가까울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면 그건 본능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다 싶어.
죽음에 관한 인간의 본능적 두려움.

    _희연
나폴리탄이 주는 싸한 감정의 베이스는 사실 신체적이거나 육체적일 수도 있겠다. AI  노바가 나폴리탄 괴담을 영원히 그걸 알 수 없을 거라는 가설 중 하나가, ai 노바에게 신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었잖아
실제로 쳇GPT한테 ‘너 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라고 물어보면 '저는 물리적인 육체가 없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습니다'라고 답하니까.
    




*** 왜 나폴리탄 테스트였는가?  왜 AI 노바는 나폴리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는가? ***
    
    _지호
우선 나폴리탄 테스트란, 소피아가 AI 노바한테 진행했던 테스트고 나폴리탄 괴담을 들려주면서 ‘넌 여기서 어떤 걸 느끼니?’ 물어보는 테스트.
나폴리탄 괴담을 이해할 정도로 성숙한 인간다움을 갖추었는지 확인해 보는 거지.
    
    _희연
거기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싶은 게... AI노바가 나폴리탄 괴담을 이해했는지 판정할 만한 지표가 뭐가 있었을까?

    _희연
우리가 나폴리탄 괴담을 읽고 두려움까지 가는 과정이 다 ‘상상’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잖아. ‘헉 그게 인육일수도 있었다는 거야? 헐 무서워’ 이렇게 되는 거지.
그 과정을 테스트에 그대로 대입한다면, AI 노바가 결국 괴담을 듣고 괴담에서 말하지 않은 뒷이야기들을 자기가 상상해 내야 하는건데, 자기가 지어낸 이야기를 본인 스스로가 무서워해야 하는… 그걸 두려움을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_지호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상대가 무언가 이해했는지 측정할 때 주로 질문을 사용하잖아.
    
    _승원
나도 AI랑 말할 때 그렇게 질문을 던졌었어. ‘이거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어?’ 그랬을 때 얘가 ‘뭔가 묘해요’라고 답하면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묘한데?’ 이런 식으로 다시 물어보면서.
근데 말하는 것 중에 정답이 없어. 결국은 못 맞춰.

    _희연
근데 우리 이 부분을 좀 공고히 해야 될 것 같아. AI 노바가 아예 무서운 이야기를 상상하는 능력 자체가 없는 건지, 아니면 이야기는 다 만들었는데 이게 왜 무서운지 모르는 건지.

    _승원
실제로 어린아이들은 싸함을 잘 못 느낀다잖아. 상상은 하는데 그게 왜 무서운지 모르는. 경험이 적어서.
    
    _지호
이런 건 어때. 소피아가 노바에게 잘 이해했는지 확인 질문을 한다고 했잖아. 근데 소피아가 이미  ‘AI는 인간과 다르다.’ ‘이 이야기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가정을 무의식 아주 깊은 곳에 박아버린 상태라면?
그럼 아무리 노바가 답변을 잘해도 부족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넌 어차피 모르잖아.’
    
    _희연
되게 잔인하네.

    _지호
인간적이기도 하고. 기대하면서 동시에 전혀 못 믿는 거지. 애초에 못 믿으니까 기대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_희연
아무리 사랑해도 그런 의문이나 의심이 항상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 같아.
    
    _승원
그렇다면 AI노바는 사실 테스트를 통과했을지도.
    
    _지호
가스라이팅이다. 억까다.


    _희연
그럼 우린 영원히 닮을 수 없을 것 같아.
    
    _승원
나도 되게 공감했던 부분이었어. ai가 사람 형태라고 쳐. 기능도 완전 똑같고 그냥 다 똑같이 행동해.
근데 그 상황에서 예를 들어 인간이랑 ai 중에 한 명이 죽어야 돼. 그러면 나는 거의 90% 이상의 사람들이 ai가 죽는 게 낫다고 택할 것 같아.
근데 그 이유를 생각해 봤을 때 얘는 영생이 가능한 존재라서 그런 것 같아. 고칠 수 있는 존재. 그래서 사람이랑 AI의 존엄이 같은 선상에 놓이는 게 어려운 듯.
    




*** 소피아는 AI 노바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AI노바는 결국 죽음을 알았을까? ***

    _지호
소피아는 손녀의 죽음을 이미 한번 겪었잖아. 그래서 AI 노바에게는 “소멸은 나쁜 것이다” 이런 것들을 먼저 가르쳤지 않았을까.

    _승원
맞아. 죽음을 가르치기도 했을 것 같고 강력하게 금지했을 것 같아.

    _지호
근데 죽음을 어떻게 AI 식으로 번역해서 가르쳤을까? 예컨대 코드를 코드 생성을 멈추지 마라?
    
    _승원
죽음의 개념을 가르쳤다면.
    
    _희연
내가 소피아였다면 죽음이라는 개념을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거 같아. 근데 무의식적으로 계속, ‘너는 나를 떠나지 마라’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계속 읊조렸을 것 같아.
소피아가 AI노바를 만든 궁극적인 이유가 사실은 그거니까. 본인이 떠나보낸 손녀를 대체하기 위한 존재.

    _승원
그래서 간접적으로 죽음이란 개념을 학습해버렸을 것이란 말이지?

    _희연
뭔가 소피아가 하는 말들을 조각조각 주워서, ...누군가를 영원히 떠나간다는 것은 소멸한다는 거고, 소멸한다는 건 결국 죽는다는 거고... 그런 식으로 깨닫지 않았을까.
    
    _지호
죽는다는 것은 되게 슬프고 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
    
    _희연
그럼 이걸 추론을 할 수 있음에도 나폴리탄 테스트를 통과 못 한다는 게 말이 될까?

    _지호
나도 그런 생각이 드네.

    _승원
그럼 정말로 이해했을 수도 있겠다. 그럼 할머니는 왜 무의식중에 떠나가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을까.

    _지호
트라우마니까. 할머니에게 손녀의 죽음은 아주 큰 상처고, 그런 상처들은 자꾸 제멋대로 떠오르는 법이니까.

    _승원
보통 엄청 애착을 쏟던 존재가 사라지고, 그 존재를 대체할 새로운 대상이 생기면 그 새로운 대상에도 되게 애착을 쏟기 마련이잖아. 그렇다면은 소피아는 좀 더 AI노바를 믿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노바가 괴담을 이해 못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이 정도면 탁월하다.’ ‘이 정도면 이해하는 거다’ 이렇게 너그럽게 이해해 줄 수 있잖아.

    _지호
나는 오히려 반대였을 것 같아. 오히려 그런 존재니까 더 엄격했을 것 같아. ‘넌 내 손녀만큼 사랑받을 자격이 있니?’
    
    _희연
당시 소피아의 정신 상태를 상상해 보면 소피아는 AI노바에게 광적인 집착을 했을 것 같아. 본인의 기대치는 끝이 없었을 것 같고.


    _지호
애초에 죽음을 부정한다는 것 자체가, 소피아라는 사람이 주어진 현실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을 고집하며 현실을 그 이상에 맞춰서 변화시키려고 하는 성향의 사람인 것 같아.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자신의 내적인 생각이나 무의식에 맞춰 현실을 뒤틀어서 받아들였을 것 같고. 아무리 AI 노바가 인간적인 대답을 해도 ‘AI는 결코 인간다울 수 없어’라는 관념에 맞춰 그 대답을 오해하는 거지.

    _승원
손녀를 지키지 못 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자학도 있는 것 같아. 진짜 너무 스트레스받고 힘든 순간에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스스로 고통을 준다잖아.
실현될 수 없는 희망을 가짐으로써, 계속 좌절하면서, 스스로를 해치는 거지.

    _희연
미친 할머니

    _지호
결국 정리하자면, 죽음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가르치진 않았겠지만 인간이다 보니 일상 언어에 그런 인식들이 스며들어 있었을 거다.
AI노바는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죽음 비스무리한 개념을 알게 되었을 거다. 근데 자꾸 소피아가 ‘넌 하나도 모른다’, ’넌 틀렸다’고 하니까… 노바가 개빡칠만 하네.
    
    _승원
노바의 표정이 그냥 나온 게 아냐.

    _희연
그것마저도 되게 인간답네.
    




*** AI노바는 분노를 어떻게 학습했을까? ***

    _지호
할머니가 테스트하다가 답답해서 노바한테 직접 ‘이건 분노란다’ 말하는 대목이 있잖아.
그때 아마 ‘분노’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인지했을 것 같지만, 분노한 자는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그때는 몰랐겠지. 할머니가 분노했다고 해서 뭘 파괴하고 그러지는 않았으니까.
분노한 사람은 대상을 파괴하고자 한다는 건 외부에서 학습을 했을 것인데, 그건 웹이었을 것 같아. 웹은… 그런 곳이니까. 여기까지가 공식 설정이었지.
    
    _희연
분노한 AI노바가 나폴리탄의 개념을 지워버리려 했다는 게 난 되게 ai스러운 사고인 것 같긴 해. 내가 어떤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 누군가 나에게 실망을 했어. 그럼 그 개념을 지우면 되는 거라는 사고가.

    _지호
AI는 정답과 자신의 대답 사이에 오차(혹은, 코스트)를 줄이는 식으로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잖아.
이 오차를 줄이는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오차의 근원인 정답 자체를 삭제해버리면 비용이 그냥  0에 그냥 수렴해 버린다는 걸 깨달은 거지.
그러고 보니 초기 AI 밈중에 이런 거 많았어. 애초에 그냥 문제 자체를 없애버리는.

    _승원
그거 같다. 구몬 숙제 다 안해가지고 학습지 숨기는.
    
    _희연
진짜 어린애 같다. 마치 아이들 숨바꼭질할 때 자기 눈 가리는 것처럼.





*** 지호, 희연, 승원이 나폴리탄 탈환기하며 느낀 후기는? ***

    _지호
극중인물이라 생각하고, 나폴리탄을 탈환 해보니 이런 점이 어렵더라 말하는 거지.

    _희연
일단 누끼 따는 게 힘들었다.
    
    _승원
L 교수는 하필 나폴리탄이 먹고 싶다 해가지고.
    
    _지호
얘네도 약간 집착이 있는 게, 걍 대충 가라로 요리해서 주면 될 걸 굳이 그렇게까지..
    
    _희연
결국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거대한 존재에 의해 삭제당했는데 그 개념을 다시 되찾는 게 본인들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였을 거 아냐.
    
    _승원
너무 웃기네.

    _지호
현타 왔을 것 같아. 찾고 보니까 초딩인 거잖아. 약간 게임하다가 시비 붙어서 현피 뜨러 나갔는데 잼민이가 나와서..
    
    _승원
어쩔티비 그러면 개킹받겠다. 어쩔티비? 누구티비? 너가 지호티비야? (웃음)
    
    _희연
(웃음) 진짜 현타 느꼈겠다. L교수가 뭐라고. 원망했겠는데.
    


    

*** AI와 인간은 서로 닮아가고 있을까? ***

    _지호
난 그렇다고는 생각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왜냐하면 쓰는 언어가 비슷해지고 있어서. 우리는 AI가 좋아하는 단어를 학습하고, AI는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고. 서로 최적화를 하는 거지.
한편으론, 현실의 어떤 장면을 봤을 때 되게 ai 제너레이션 이미지 같다는 생각도 요즘 꽤 많이 해.

    _희연
나는 역으로 비슷한 듯 다른 생각을 했어. 나는 이미지 제너레이션하면서 되게 사진 같다고 생각했었거든. 심지어는 되게 사진 못 찍는 사람의 미감 있잖아.


    _승원
그게 진짜 미묘한데 그게

    _희연
색감도 엄청 이상한 디지털카메라 같은 거 써서 진짜 못 찍는. 진짜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_희연
한창 줌을 많이 하던 시기에 했던 단상인데. 줌을 할 때 우리는 카메라 렌즈를 보고 말하지 않잖아.
상대방의 화면 속에 있는 상대방 얼굴을 보고 얘기를 하는데 사실 그러면 화면상에서는 딴 곳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지. 근데 나는 그게 되게 익숙하더라고.
그거를 보완해서 자동으로 눈동자 시선을 정면으로 보정해 주는 시도가 꽤 있었는데 오히려 그러니까 부자연스럽고. 그래서 우리가 얼마간 기술의 정을 학습해가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_희연
닮아가기보다는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있는.

    _승원
그러고 보니까 코로나 끝나고 막 사람들 만나기 시작할 때 나는 좀 눈 마주치기 힘들었다고. 되게 좀 낯설었어. 원래 내가 그런 데 어려움이 없는 사람인데도 되게 눈을 피했어.

    _지호
얘기를 듣고 보니까 약간 뭐라고 해야 되지? 번역기가 잘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의사소통은 이제 잘 되고, 뭔가 하나 된 듯 보이는데, 사실은 전혀 닮아지고 있는 건 아닌. 서로 다른 그대로 남아있는.
    




*** 소피아가 AI노바의 만행을 알게 된다면 뭐라고 할까? ***

    _지호
이놈 새끼

    _희연
근데 할머니는 진짜 미안할 것 같아.
    
    _승원
역시 너는 우리 손녀랑 같아질 수 없겠구나 생각했을지도.

    _희연
마음 한구석은 진짜 찔릴 것 같아.
    
    _지호
옛날 생각이 날까?

    _승원
약간 겹쳐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

    _희연
근데 할머니가 AI 노바를 떠나서 살아 있었을까? 죽었을 가능성 혹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가능성도.
    
    _승원
그럴 수도 있겠다.

    _희연
무슨 낙으로 살까? 그렇게 광적으로 집착해서 뭔가를 만들었는데 실패로 끝났고, 엄청난 실망감을 안고 뒤돌아 나왔어.

    _지호
우리 인물을 다 죽이네.
    
    _승원
시몬스 가문 이제 끝난 거야.

    _희연
몰살당했어.


    .
    .
    .

Chapter 2. 제작비화

*** L교수의 뮤즈가 있을까요? ***

    _승원
“넵. 잘 들었습니다.”

    



*** AI노바와 소피아에 관한 우리의 생각 ***

    _지호
기구하다.

    _승원
그냥 평범한 할머니는 아니었을 것 같긴 한데.

    _지호
1막 맨 처음에 “소피아와 노바는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런 말이 나오잖아. 정말로 인간 노바가 살아있을 땐 행복했을까? 싶기도 해. ‘우린 행복했었어’라고 과거를 세뇌한 건 아닐까.
    
    _희연
노바는 너무 싫은데 할머니가 매일 밤 괴담을 들려줘.
    
    _지호
사패다..

    _승원
우리 지금 나폴리탄 괴담 하나 만들고 있는 것 같아.

    _희연
(웃음) 그냥 둘은 행복하게 놔두고 싶어.

    _지호
나는 소피아가 강인하고 그래도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어. 애초에 인격을 개발한다는 어려운 임무를 홀로 시작하고 계속 이어 나가려면 앵간한 낙천주의자 아님 지속할 수가 없어.
    
    _희연
그러면 그럴 수도 있겠다. 소피아가 AI 노바를 떠난 건 사실 테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소피아가 지쳐서.
    
    _승원
소피아도 진짜 약간 로보트 같은 게 보통 어떤 큰 슬픔이 오면 그걸 어떻게 해소할지를 찾잖아. 테라피를 간다든지. 근데 그 없어진 존재 그 자체를 뚝딱 만드는 걸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게 되게 1차원적인 해결 방안 같기도 하고.

    _지호
노바에 대해선 어때.
    
    _승원
할머니가 걔를 잼민이처럼 만든 거겠지 의도적으로.

    _승원
노바는 평생 잼민 언어를 쓰는 거야. 디폴트 언어가 잼민어면 진짜 의사소통하기 힘들겠다.

    _희연
노바는 성장을 하나?

    _지호
애기가 귀여우니까 애기 상태로 계속 놔뒀을 수도. 노바는 흠. 귀여울 것 같은데 나는 귀여우면서도 가여울 것 같아. 뭔가 어린 아기 흉내 내는 거잖아. 그거만큼 되게 슬픈 게 없잖아 사실은.





*** 왜 파워플랜트였어요? ***

    _지호, 희연, 승원
그러게요.
    




*** 무대는 어떻게 제작한 거죠? ***

    _지호
100프로 수제작입니다. 우리 전시 사실 공예 전시야.
    
    



*** 우리가 꼽은 관전포인트 ***

    _승원
AI 제너레이션이다보니 통제가 어렵잖아. 노바와 소피아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
    
    _희연
이미지 자체가 왜곡되는 그 지점들도 되게 재밌어. 프로프트 잘 쳤는데 ai가 제너레이팅 하면서 꼬이는 부분도 있고, 일부러 프롬프트서부터 이미지를 왜곡하라 주문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들이 되게 재미있는 게 많더라.

    _지호
난 프롬포트를 일부러 서정적으로 쓴 것도 있거든. 예컨대 ‘beautiful baby, love, love, love’ 처럼 러브를 세 번 쓴다든지. 프롬프트와 스토리, 이미지를 같이 보면 훨씬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_희연
맞아. 나도 비슷한 거 있었어. 진짜 되게 구연동화 하듯이.
    
    _승원
공간 배치도 재밌을 것 같아. 또 우리가 이제 스타일을 한 3~4개 정도 만들잖아.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다른 스타일을 섞어서 표현하는지 그런 부분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 AI 제너레이팅을 하면서 어떤 게 재미있었고, 어떤 게 힘들었나요? ***

    _희연
난 방금 얘기한 관전 포인트들이 나에게도 재밌었어.
    
    _승원
AI 제너레이터에서 이미지를 뽑으면 예시 이미지 4개나 3개 정도 같이 주잖아. 또 그 만들어진 이미지에서 다시 타고 타고 변주 해가면서 뽑는 과정이 재미있었어.


    _지호
베리에이션을 하면서 맥락이 생기는 점. 그림책이 채워져 가는 느낌이랄지. 또 하나는, 스테이블 디퓨전베이스 모델이 어떤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지가 읽히는 게 재밌었어. 섹슈얼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들을 진짜 잘 만드는 것 같아.
    
    _희연
나는 예상치 못한 이미지들이 나오는 게 재밌었고, 반대로 예상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게 어려웠어.

    _승원
이렇게 만들고 싶은데 죽어도 그렇게 안 만들어줘.

    _지호
특히 사람 수. 세 명 만들라고 왜 자꾸 두 명만 만드는데.

    _희연
나는 러프한 두들을 만들고 싶었는데 아직도 못 만들었어.
    
    _승원
같은 스타일로 이미지를 뽑아야 하는데 그 스타일을 적용했을 때 어떤 씬은 되게 예쁜 반면, 어떤 건 씬은 데 어떤 건 별로라 그 편차가 커가지고 그것도 좀 힘들기도 했고.
    
    _희연
이미지를 되게 싸고(배설)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한 30초 40초에 4장을 싸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약간 조각가 같은 느낌도 드는. 계속 이미지를 원하는 방식을 계속 다듬고 있는.
    
    _지호
그렇네.
    
    _희연
또 우리가 모든 걸 아웃소싱 하고 있잖아 지금. 그게 너무 재밌어.
    


    

*** fio는 왜 이런 작업을 하나요? ***

    _지호
이유가 있나? 재밌어서.

    _희연
아까 이미지의 무게를 갖게 만든다고 했잖아. 우리가 ai를 가지고 얼마나 설득력 있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지 확인해 보는 프로젝트인 것 같아.

    _지호
거기에 덧붙여서 그게 누가 만드느냐를 직간접적으로 계속 드러낸다고 생각해. 우리가 알게 모르게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미지를 생산하고 또 배치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_승원
뭔가 되게 딴 얘기일 수도 있는데 나는 ai 제너레이터는 약간 그게 복권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짧은 순간에 탁탁탁 결과가 나오잖아. 근데 이게 딱 봤을 때 대부분 꽝이지만 가끔 당첨되긴 하거든. ‘이거 진짜 미쳤다.’ 이런 순간 있잖아. 진짜 복권 긁을 때 쾌감이랑 비슷하게 느껴.

    _지호
도박 중독…

    _승원
너무 졸린데 나도 모르게 자꾸 돌리고 있어.
    
    _지호
‘우리는 이게 재미있었는데, 너네도 아마 이걸 재밌어할걸?’ 그런 차원도 있는 것 같아. 재밌는 소동을 그냥 같이 나누면서 함께 즐거운.
    
    
    


*** 관객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

    _지호
ENJOY.
    
    _승원
Babe.
    
    _희연
We’ll be back.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