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Z; Milan Edition과 함께 밀라노에 다녀온 지희승에게는 다음 전시가 내정되어있었다. 그해 연말, MoA 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희의 이름으로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외골수답지 못한 희의 타대 산학프로그램 참여*와 승의 핀란드 교환학기** 등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한 건 9월이 다 되어서였다.
*희는 홈 로봇과 달탐사 무인 로버 프로젝트에 연달아 참여하고는 살아 돌아왔다.
**승은 핀란드 생활로 인해 전시에는 물리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먼 곳에서 늘 아낌없는 응원과 의견을 던져주었다. 지희는 전시 오픈 직전 승을 만나러 핀란드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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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이 부재했던 시절이었기에 희는 그녀의 방구석에서 차기 구조를 설계했다. 구조 실험에 3D 프린터가 필요해서
급히
산도 프린터를 대여했고, 새벽마다 이유 모를 프린터 에러와 씨름하면서 산도 불매 운동을 다짐했다. 머리를 싸매며 스택(stack) 프레임의 구조를 이리저리 고민하던 와중, 의문의 조력자가 희의 노트에 그려준 스마일 모양 낙서를 힌트 삼아 희는 다보 볼트 기자재만을 엮어서 DZ를 완성할 수 있는 구조를 고안하기에 이르렀다(눈물, positive). 떡볶이 같은 조인트들을 수없이 뽑아낸 끝에 최종 형태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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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과의 재회를 위해 지희는 전시를 약 3주 앞두고 핀란드 헬싱키로
용감히 떠났다. DZ의 컬러, 도색, 컨셉 구체화, 전시 방식 설정 등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와중에 헬싱키의 설원에서 촬영을 하겠답시고 DZ의 프레임 두 조각을 챙겨갔다. 두 조각을 챙겨갔는데, 하나는 꺼내자마자 희가 떨어뜨려서 깨지고 말았다. 다행히 나머지 한 조각으로 매력적이고 섹시한 사진들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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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인스톨레이션 아이디어 중 하나였던 ‘Do not disturb’ 엉덩이 족자는 원래 비즈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출국 하루 전 동대문에서 비즈를 주문하네 마네 하고 있었으나 결국 비즈로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는 무산되었다. 후덜덜한 가격 때문이었다. 엉덩이 족자는 퐁신퐁신한 이불보에 스텐실로 제작하기로 했다. 컨셉 미정이었던 DZ는 빨갛게 달궈져 씩씩대는 아이가 되었다. 이 모든 결정은 핀란드에서 일어났다.
㉭아 근데 핀란드가 진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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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핀란드에도 쓸쓸한 겨울이 찾아오던 참이라 사람들이 그리웠는데, 공항에서 지희쓰를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 와줘서 고마웠다.(fig.9)(fig.10)
㉭염돌의 그리팅과 다시 모인 삼위일체. 같이 요리도 해먹고 쿠키도 구웠다. 알토 대학교에 가서는 절대 도둑작업을 하지 않았다. 정말이다.
㉦도둑작업말고 닌자작업이라고 하자.(fig.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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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는 전시 오픈을 3일 앞두고 한국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