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politan Project


Apr. 2024
Product No.04
Hidden throughout the alleys of Naples, Italy


나폴리탄 브릭을 나폴리에 숨기는 것은 정말 당연한 수순이었다. 밀라노 전시가 마무리된 직후 우리는 나폴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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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의 한 스프레이 가게에서 야광 스프레이를 구매했다. 마음에 드는 골목에서 벽돌에 스프레이칠을 했다. 한 화장품 가게에서는 반짝이가 들어간 짙은 남색의 아이라이너를 구매했다. 이걸 짓눌러 벽돌 옆면의 큐알코드 음각 자리를 채웠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어떤 나폴리 사진가가 우리의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갔다. (fig.2) 이건 납치 장면이 아니라 야광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있는 장면이다. 그 때 남색 아이라이너를 5개 정도 산 걸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아이라이너가 더 필요해서 다시 가게를 방문하자 가게 주인이 친절하게 웃어주시던 장면이 기억난다.
fig.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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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8

세 개의 벽돌에 꼭 맞는 자리를 찾아주는 건 정말이지 소중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해가 진 나폴리 골목에서 두번째 벽돌을 숨기고 있을 때, 은 정말이지 잔뜩 쫄아있었다. 그 때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고, 의 긴장도가 최고치를 찍는다. 다행히 그는 우리의 작업에 관심을 갖는 선량한 청년이었다. 스몰토크를 나눈 뒤, 즐거운 여행을 하라는 인사를 서로에게 건네고 헤어졌다.
그리고 예뻤다. 예쁘고 더럽고 위험한 도시 나폴리..

fi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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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는 나폴리 골목은 조금 무서워서 벽돌을 하나씩 손에 쥐고 걸어다녔다. 작업과 촬영을 정신없이 하다보니 한 끼도 먹지 못했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무척이나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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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답게 바다가 무척 예뻤다.
fig.14

전세계의 모든 공항이 당연히 24시간 운영하는 줄 알았던 우리는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려다가 쫒겨났다. 공항 옆 캡슐호텔은 만석이었고, 다시 무서운 나폴리 도심으로 돌아갈 배짱도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길바닥에서 노숙을 했다.
나폴리가 왜 갱의 본산인지 실감했다. 진짜 무서웠다.은 이 날 이후로 고약한 감기에 시달렸다. 유럽 감기 살벌하더라.

fig.15

우리의 나폴리탄 벽돌들이 남겨진 장소다. 혹시 나폴리를 찾는 분이 있다면, 그러다 우연히 이 곳을 지나치게 된다면, 벽돌들의 안부를 살펴주시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