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DYWTL?

Nov. 2023Product No.05A participating work in the exhibition <Which Mirror Do You Want to Lick?> curated by Åbäke, Chris Hamamoto and JaKyung Shin

전시 주제는 ‘대안세계’에 대한 것이었다. 는 허구한 날 샤워실에서 줄곧 대안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자신을 떠올렸다. 아니, 아까는 이렇게 말할걸. 이 단어를 써볼걸. 이런 억양으로 말해볼걸. 여기서 그치지 않고 는 그 상황을 몇 번이고 소리내어 재현하기에 이른다. 참 연극부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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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그리드의 사무실에 초대된 fio. 이런 대안적 습관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수환 씨 또한 굉장히 재미있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부끄러운 일이나 실수했던 일이 머릿속을 맴돌때면, 그 상황을 무적코털 보보보의 한 장면으로 각색해서 떠올린다고 했다. 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되어 무수히 튀어나온 관중들의 눈알을 상상하면, 아쉬웠던 그 상황 자체가 굉장히 웃기고 재미있어진다고.

(저 발화 이후로 우린 한동안 수환씨를 보보보라고 불렀다. 그의 이름을 마침내 다시 알게된 건 전시가 시작된 이후였다.)
우리는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새롭게 각색하고 만족스럽게 완결짓는다. 그 과정에서 과거는 수많은 시나리오로 다시 쓰여진다. 이걸 우리는 대안세계라고 보았다.
그리드와의 인터뷰 도중, 고은 씨가 난데없이 의자에서 미끄러졌다. 그녀는 대안세계가 절실한 상황의 산증인이 되어주었다. 이 일화는 추후 WMDYMTL 전시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그리고 그녀와의 인연은 추후 TTT 프로젝트에서 이어진다. 여담으로, 고은씨는 전시 당일까지 그 장면을 소재로 썼다는 사실을 몰랐다. 마침 전시 오프닝 파티에 참석해주셨는데, 박스에 잔뜩 적히고 있는 고은씨의 대안세계를 보고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러나 유쾌하고 친절한 고은씨는 즐겁게 웃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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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안 들이고 무언가를 수없이 다시 써줄 아이를 찾던 와중, 크리스의 사무실에서 drawbot 기계를 발견했다. 감사하게도 그는 흔쾌히 우리에게 기계를 빌려주었다.
아바키 씨의 피드백은 무척이나 예리하고 유효했다. 인스톨레이션에 도움이 되었다. 딸과 원숭이 인형을 하나씩 나눠갖고 여행을 다닌다는 아바키 씨는 늘 멋진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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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준비하던 도중, 가 나영 씨의 자를 빌려 쓰다가 부러뜨렸다. 미안해 죽으려하는 의 대안세계도 추후 WMDYMTL 전시품의 소재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