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주제는 ‘대안세계’에 대한 것이었다. 희는 허구한 날 샤워실에서 줄곧 대안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자신을 떠올렸다. 아니, 아까는 이렇게 말할걸. 이 단어를 써볼걸. 이런 억양으로 말해볼걸. 여기서 그치지 않고 희는 그 상황을 몇 번이고 소리내어 재현하기에 이른다. 참 연극부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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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위해 그리드의 사무실에 초대된 fio.
이런 대안적 습관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수환 씨 또한 굉장히 재미있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부끄러운 일이나 실수했던 일이 머릿속을 맴돌때면, 그 상황을 무적코털 보보보의 한 장면으로 각색해서 떠올린다고 했다. 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되어 무수히 튀어나온 관중들의 눈알을 상상하면, 아쉬웠던 그 상황 자체가 굉장히 웃기고 재미있어진다고.
㉦(저 발화 이후로 우린 한동안 수환씨를 보보보라고 불렀다. 그의 이름을 마침내 다시 알게된 건 전시가 시작된 이후였다.)
㉨
우리는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새롭게 각색하고 만족스럽게 완결짓는다. 그 과정에서 과거는 수많은 시나리오로 다시 쓰여진다. 이걸 우리는 대안세계라고 보았다.
㉭
그리드와의 인터뷰 도중, 고은 씨가 난데없이 의자에서 미끄러졌다. 그녀는 대안세계가 절실한 상황의 산증인이 되어주었다. 이 일화는 추후 WMDYMTL 전시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그리고 그녀와의 인연은 추후 TTT 프로젝트에서 이어진다.
㉦여담으로, 고은씨는 전시 당일까지 그 장면을 소재로 썼다는 사실을 몰랐다. 마침 전시 오프닝 파티에 참석해주셨는데, 박스에 잔뜩 적히고 있는 고은씨의 대안세계를 보고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러나 유쾌하고 친절한 고은씨는 즐겁게 웃어주셨다.
fig.2
fig.3
㉭
힘을 안 들이고 무언가를 수없이 다시 써줄 아이를 찾던 와중,
크리스의 사무실에서 drawbot 기계를 발견했다. 감사하게도 그는 흔쾌히 우리에게 기계를 빌려주었다.
㉭아바키 씨의 피드백은 무척이나 예리하고 유효했다. 인스톨레이션에 도움이 되었다. 딸과 원숭이 인형을 하나씩 나눠갖고 여행을 다닌다는 아바키 씨는 늘 멋진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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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준비하던 도중, 지가 나영 씨의 자를 빌려 쓰다가 부러뜨렸다. 미안해 죽으려하는 지의 대안세계도 추후 WMDYMTL 전시품의 소재로 사용되었다.